도서명 : [ 나는 아나키즘이다 : 회화의 해방 , 몸의 자유 ]( 김상표 저 )
저자 경상국립대학교 김상표 명예교수는 경영 , 철학 , 예술 세 분야에서 그동안 감행했던 모험들에 대한 기록들을 ‘ 관념의 모험 ’ 시리즈로 출간 중이다 . 제 1 권 『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 』 ( 생각나눔 , 2019 년 11 월 ) 와 제 2 권 『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 』 ( 솔과학 , 2020 년 1 월 ) 에 이어서 출간된 제 3 권 『 얼굴성 : 회화의 진리를 묻다 』 ( 솔과학 , 2020 년 2 월 ) 를 통해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알렸다 . 이번에는 ‘ 몸과 예술 그리고 이념 ’ 삼자 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의 결과들을 정리하여 『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의 자유 』 (솔과학, 2021년 4월)를 출간함으로써 21세기 아나키즘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예술의 모험’에 뛰어들었다.
“예술은 진정시키지도, 승화시키지도, 사심을 없애지도 않으며, 욕망도, 충동도, 의지도 <중지시키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예술은 <권력의지의 자극제>, <의욕의 흥분제>이다.” - 질 들뢰즈
“창조적 무로서의 나는 개인을 사회적 신체로 길들이는 기존의 규범들과 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나의 코드화된 삶을 거부하기를 욕망한다. 이것이 회화에 대한 나의 힘에의 의지이다.” - 김상표
이 책에는 얼굴성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에 천착해왔던 김상표 작가가 최근 들어 신체성 전체로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며 실험해온 그림들 250여 장과 그동안 틈틈이 써둔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작가의 삶의 편린들과 사고의 단상들이 서로 모여서 그림을 대리하고 보충해주면서 각각의 고원(장)들이 만들어진다. 그 밖에 평론가들의 비평글들은 수행성으로서 화가-되기를 실험하는 그의 실존 미학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몇 가지 열쇠말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존재의 존재하려는 외침
이 책에 실려 있는 김상표 화가의 작품들은 푸른 아우성과 난장의 몸짓들로 표현되는 디오니소스춤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저서 『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의 자유』는 자신을 사회적 신체로 길들이는 기존의 규범들과 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코드화된 삶을 거부하며 창조적 무(Creative Nothing)로서의 존재 그 자체임을 선포하는 김상표 작가의 운명교향곡에 다름 아니다. 그 교향곡은 처음에는 사회적 코드에 저항하는 아나키스트의 몸짓으로, 어딘가에서는 사랑의 열정과 죽음의 광기를 드러내며, 다른 곳에서는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카산드라 베델의 춤으로,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폐허 속에서 구원을 찾는 꿈으로 변주된 채 한 권의 책으로 펼쳐지는 장대한 파노라마가 된다. 450쪽 가까이에 흩뿌려 놓은 글과 그림 곳곳에 다른 모습을 하고 등장하는 ‘존재의 존재하려는 외침’, 거기에 김상표 작가의 아나키즘적 저항성의 표식들이 숨쉬고 있다.
구도(求道)의 예술 예술의 구원(救援)
김상표 화가는 회화에 대해 이전에 선취되었던 모든 주의와 주장에 대한 판단중지를 요청하며 말 그대로 퍼포먼스로서의 회화를 실험한다. 김상표의 이러한 수행성으로서 화가-되기 방식을 평론가들은 구도자적 태도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예를 들어 경기도미술관 김종길 학예팀장은 아래와 같이 비평한다. “‘나’는, 없이 있는 하나의 붓이며 색이며 번개이고 천둥일 것이다. 일순간의 창조미학으로 빅뱅하는 온통의 ‘몸각’이 혼신(魂神)으로 활활거리며 타오르는 불이리라. 하늘땅이 위아래로 뚫려 미적 감응의 ‘하나(한얼)’가 솟나 감흥으로 터지는 신명이리라. 이것을 그야말로 미의 즉흥환상곡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미학자이자 평론가인 조경진 박사는 김상표 작가의 작업들을 김상표의 것으로 만드는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을 수행자(修行者)적 수행성(performativity)이라고 명명하며 이 수행성 안에서 그의 작업을 생성하는 회화로 분석해낸다. “김상표의 회화에선 회화, 수행 행위, 이미지의 발생이 하나의 전체이며 이는 생성의 직접성과 획기의 순간 안에 있다. 그의 작업은 직접성의 수행이고 이 직접성이 바로 그의 회화를 ‘생성하는 회화’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랫동안 김상표 작가를 지켜본 미학자이자 평론가인 양효실 박사는 “선생에게 페인팅은 말하자면 내게 덕지덕지 내려앉았다가 마침내 내가 되어버린 바깥을 관(觀)하는 수행이었다. 그래서 그는 페인팅을 수행하는 와중에 죽을 것 같은 탈진이나 심적 위기를 자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것을 그리면서 추한 경험을 벗는 것은 동화에서나 일어나고, 그러므로 어른이 저지르는 사기에 진배없을 것이다.” 라고 비평한다.
존재와 생성의 변증법
그렇다면 철학사와 회화사의 틀 안에서 우리는 김상표 화가의 독창적이고 고유한 회화적 스타일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조경진 박사는 철학사의 전통 안에서 그의 회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과감한 분석을 시도한다. “김상표 작가는 존재와 생성의 일면에 서서 과격하게 다른 쪽을 공격하거나 부정하지도, 소박하게 한쪽만을 긍정하지도 않는다. 그는 어쩌면 존재의 양극성의 사실 그 자체를 실현하고 싶어 한다. 원래 생성이 그러할 뿐이다. 그는 생성의 특정한 문턱, 혹은 위상 속에 있다. 그래서 그는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고 융합하고,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탐색한다. 설사 그것들이 겉보기에는 서로 충돌하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생성의 사실이 그러할 뿐이고, 그의 회화가 이것을 따를 뿐이다. 이 무모한 것처럼 보이는 수행의 행위들은 그 자체로 이 세계에 이질적이다. 이질성, 이것이 그의 회화가 갖는 궁극의 힘이다.”
뜨겁게 다 사르고 난 뒤의 회화!
김종길 평론가는 “말과 문자가 상실한 이미지의 원초적 생명들이 난무한 김상표의 회화를 무엇이라고 밝혀내기에는 제한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면서, 기존 문법으로는 포착되지 않기에 회화사에서 그의 독창적 회화스타일을 새로운 이름으로 자리매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입장을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피력한다. “21세기, 회화의 복권이 회자되기도 했으나 회화는 점점 그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미술언어가 가진 놀라운 사실은 미술이 미술로서의 미학을 해체할 때 새로운 언어가 탄생한다는 사실이다. 전위가 없는 미술은 그저 고전이거나 낡은 미학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눈에 익은 미술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고흐니 고갱이니 피카소니, 샤갈, 데이비드 호크니, 마크 로스코, 심지어 뒤샹을 떠들어도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위대한 미술가이지만, 새롭지 않다. 김상표는 새롭다. 그의 회화는 날것이어서 새롭다. 무엇이라고 확정지을 수 없어서 새롭다. 새로워서 뜨겁다.”
자,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화가-되기 과정을 주체화, 의미화, 유기화를 거부하는 수행성의 장으로서 그림-사건들이라고 규정하면서, 김상표 작가는 대체 ‘왜’ 그 지난한 예술의 모험을 계속하려는 것일까? 아나키스트 예술가로서의 삶을 지향하는 김상표 작가의 얘기를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수행성으로서 화가-되기를 통해 나는 한편으로는 세계에 저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를 긍정함으로써 새로운 자기를 창조하고 싶다. 이런 점에서 나의 화가-되기는 저항과 자기형성의 특수한 존재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예술로서의 삶을 지향하는 것이 나의 미학적 윤리인 셈이다. 우리의 삶을 규범화하는 권력관계들의 촘촘한 그물망이 교차하는 장소가 우리의 몸이다. 이것을 문제화하고 나와 타자의 예술적 주체성을 생산하는 미적 방안들을 창안하는 과정 그 자체가 나의 예술활동이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예술활동은 ‘기쁨의 저항’ 형식으로서 나의 삶의 존재방식이 될 것이다. 이것이 니체가 자유로운 정신으로 즐거운 학문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자, 이 사람을 보라! 나만의 고유한 아나코 예술의 스타일과 주제들을 채굴해가면서 나의 몰락은 시작된다.”
재현 불가능한 일회적 퍼포먼스로 ‘존재의 존재하려는 외침’을 그림에 담아내려는 김상표 작가. 우리는 그의 이러한 운명에 대한 사랑이 언젠가 관세음보살의 미소를 띠게 될 것을 믿는다.
프롤로그 9
1. 구도 ( 求道 ) 의 예술 예술의 구원 ( 救援 ) 13
2. 아나코 회화에 대한 단상들 51
3. 아나키와 예술 73
4. 창조적 무 105
5. 회화의 해방 157
6. 몸의 자유 227
7. 자 ,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1) 269
8. 자 ,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2) 357
9. 혁명가의 초상 399
에필로그 441
BIOGRAPHY 445
나 바로 봄
바로 봄 참나
참나 얼
얼빛 만다라
만다라 불꽃 ( 華嚴 )
(p.27 중에서 )
그의 작업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해 보면 , 어떤 것을 그의 것으로 만드는 조건과 질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 그의 작업을 기술하려 할 때 이점을 빼놓는다면 어떤 것도 그의 작업을 충분하게 기술하지는 못할 것이다 . 그것은 어떤 작업들을 김상표의 것으로 만드는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 나는 이것을 수행자 ( 修行者 ) 적 수행성 (performativity) 이라고 부르고 싶다 . 이 수행성 안에서 그의 작업은 가히 생성하는 회화 , 생성하는 이미지라고 불릴 수 있다 . 그의 작업은 철저히 이 수행성 안에서 모든 것이 기술되고 분석되어야만 한다 .
(p.37 중에서 )
“ 회화의 세계는 없있다 .
없이 있는 소리 , 베토벤 교향곡 제 5 번 운명 .
있고 없는 , 없있의
운명은 없이 있어서
그 없있의 운명으로 날 춤을 춘다 .”( 김종길 )
(p.161 중에서 )
이성의 빛으로 길들여져 왔던 , 그럼에도 결코 순치될 수 없었던 내 안의 카오스가 솟구쳐 올랐다 . 그 순간 주체할 수 없이 자기 망각 속으로 빨려 들었다 . 개별화의 원리로 치장되었던 아폴론적 가상이 그 가상의 가상성을 드러내며 몰락해갔다 . 디오니소스적 비극 속에서 고통과 모순이 세계의 유일한 근거임이 드러나는 순간이 닥쳐온 것이다 . 하지만 그것은 허무함 속에서 환희를 느끼게 해준다 . 니체는 『 비극의 탄생 』 에서 그 환희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다 . “ 우리 자신은 진정으로 짧은 순간 원초적 존재 자체가 되며 그 존재의 억제하기 힘든 실존에 대한 탐욕과 의욕을 느낀다 (127 쪽 ).” 놀랍게도 NIRVANA 신체에 감응된 채 이성이 허구임이 드러난 그 자리에서 나는 영원한 생명을 호흡한다 . 이것은 꿈이 아니라 자연의 실존이다 . 바로 실존의 영원한 쾌락인 것이다 . 형이상학적 위로와 함께 디오니소스적 황홀경 속에서 우주에 대한 통일적 감각이 움터온다 . 인간과 인간 , 인간과 자연 , 자연과 인공 그 사이를 가로막던 수많은 간극들이 해체되어 용해된다 . 나는 강렬한 힘에의 의지를 느끼며 예술적 가상을 향해 새롭게 도약한다 . 니체의 말처럼 이제 예술이 나를 구원한다 . 그리고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는 것은 삶이다 .
(p.359 중에서 )
“ 소유의 의지는 멈춰져야만 한다 .
하지만 비소유의 의지가 보여져서도 안 된다 .
말하자면 봉헌의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
나는 정념의 그 뜨거운 격앙을 ‘ 메마른 삶이나 , 죽음에의 의지 ,
그 커다란 무력감 ’ 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다 .”
( 롤랑 바르트 )
(p.420 중에서 )
김상표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같은 대학에서 조직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잠시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University of Maryland에 Visiting Scholar로 1년 동안 머물렀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임명된 이후에는 같은 대학의 창업대학원 원장과 창업지원단장을 역임했다. ㈜수다지안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도 했으며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 다. 또한 과정철학의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을 끌어들여 역설경영, 공동체, 기업가 정신, 감정노동, 경영교육 등 조직이론의 핵심주제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실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해 왔다.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를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경영학연구, 인사·조직연구, 화이트헤드 연구, 철학논총, 한국창 업학회지 등 국내·외 여러 학회지들에 게재하였다. 현재는 경상국립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이다.
화가로서도 7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얼굴성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면서 1, 2, 3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4회 개인전에서는 펑크락그룹 NIRVANA의 공연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하는 실험을 해냈다. 5회 개인전에서는 ‘나르시시즘’과 ‘절대적 타자성’이 서로를 배반하지 않고 서로를 끌어안는 삶의 방안을 모색했다. 6, 7회 개인전부터는 신체성 전체로 회화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춤,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랑과 우정의 공동체, 구원 등 인간실존의 본연적인 문제들을 파고드는 회화적 고투를 시작했다. 앞으로도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에 대해서 가졌던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들을 예술로 풀어내는 ‘화가-되기’의 모험을 계속할 것이다.
진리, 아름다움, 모험, 예술, 평화라는 다섯 가지 관념에 조직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 비전을 품고 경영, 철학, 예술 세 분야에서 그동안 감행했던 모험들에 대한 기록을 ‘관념의 모험’ 시리즈 3권으로 출간했다. 제 1권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생각나눔, 2019년 11월)와 제 2권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2020년 1월)에 이어서 출간된 제 3권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솔과학, 2020년 2월)를 통해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알렸다. 이번에는 ‘몸과 예술 그리고 이념’ 삼자 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의 결과들을 정리하여 『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 의 자유』(솔과학, 2021년 4월)를 출간함으로써 21세기 아나키즘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예술의 모험’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