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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과학 출판사 신간 [소설 다쿠미 – 조선을 사랑한 일본人](박봉) 안내입니다.

꿈을 주는 책 한권

by sonamuhak 2017. 2. 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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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과학 출판사 신간 안내

[소설 다쿠미 조선을 사랑한 일본](박봉)

 

 

조선 사람에게 따뜻했고 조선에 뜨거웠던 사람,

그래서 조선 망우리에 묻힌 유일한 일본, 아사카와 다쿠미!

그의 삶과 사랑이 소설가 박봉에 의해 우리 앞에 오롯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내 운명 속의 한 사람!

사람에게 따뜻했고 조선에 뜨거웠던 사람, 빚을 졌다는 생각이 파고들었다.

터널을 벗어나 그에게 가기로 했다.

다쿠미의 삶은 인간의 가치는 실로 그 인간에게 있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칸트의 말을 실제로 증명했다. 나는 진심으로 인간 아사카와 다쿠미 앞에 고개 숙인다...

 

우리의 아픈 역사 속에서 묘한 가치관으로 살았던 한 인간의 고뇌를 상상하며...

 

아사카와다쿠미공덕지묘淺川巧功德之墓

무덤번호 203363

 

다쿠미는 그 밝고 곧은 직관으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조선인의 아름다운 점을 발견했던 듯하다. 다쿠미는 조선예술의 정신을 파악했던 것만큼이나 조선인의 마음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 얄궂은 운명으로 맺어진 이웃.

둘은 악연으로 맺어진 역사가 도드라지기만 하다. 그것은 이웃이었기에 있을 수 있는 역사였다.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당하기만 했던 우리의 입장에서는 뉘우침과 사과를 요구하겠지만, 강요가 아니라 포용으로 진정한 뉘우침을 끌어내는 것도 미래를 위한 길이다.

둘 사이에는 다리들이 많이 놓여 있다. 거길 오가기만 해도 될 일인데 안타깝게도 다리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아사카와 다쿠미도 바로 그런 다리 중의 하나이다.

 

작품 속으로 -

 

조선땅에 묻어 주세요

- 내 삶의 마지막 날 풍경

 

- 다쿠미, 이놈아 좀 쉬어라. 몸이 불덩이야. 정말 죽으려고 이러는 거야?

난 뭔가에 홀린 듯 고열을 견디며 밀린 원고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보고 안달을 하신다. 노리다카伯敎 형과 어머니는 어제부터 내 집에서 좌불안석이다. 보름 전, 참을 수 없는 감기 기운 때문에 남은 일정을 접고 집으로 돌아와 누웠지만 차도는 없었다. 이상하리만치 심장이 급히 뛰었다.

결국 감기는 급성폐렴으로 번졌다. (중략)

 

사방탁자, 장롱, 경대 등 목공예품이나 한지, 은상감이 눈에 아른거렸다. 나와 함께 했던 조선의 물건들, 내가 찾고 기록하고 싶은 목록들이다. 나를 이끈 그것들은 또한 나의 스승들이었다. 내가 가진 것들은 그들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죽음이나 요절 같은 것은 낯선 언어들이다. (중략)

 

심장이 멎었다. 찰나에 저승인 모양이다. 이승의 시간으로는 19314월이 사흘 지난 날이다. 장례식장인 청량리 임업시험장은 몹시 붐비고 있다. 사람들은 내 주검이 든 상여를 에워싸고 있다. 나를 보았다. 아니 내 육신을 보았다. ‘학생아사카와다쿠미지구學生淺川巧之柩라 쓰인 붉은 천을 씌운 관에 누운 나는 흰 옷을 입고 있다.

나에게 조선 옷을 입혀 조선 땅에 묻어 주세요.

 

(중략)

 

그래, 죽음은 또 다른 삶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조선의 흙이 된다고 해도 좋고, 산이 되어도 좋을 일이다. 내가 여기에 남는 이유는 아쉬움이 팔할이다.

혹시 한 점 백자처럼 남고 싶다면 분에 넘치는 일일까. 한 번 보기만 하면 헤어날 수 없는 마력의 청자는 숱한 슬픈 이야기를 낳았다. 위대한 예술품만이 지닌 원죄였을까. 머리맡에 놓인 순백의 항아리도 그 길을 갈까 두렵긴 하지만 누군가 다쿠미는 저 얼굴을 닮았다고 한마디 해준다면 더 없이 좋겠다.

그도 아니라면 조선의 바람이 되어도 그만이다. 돌아보지 못했던 구석구석을 훑는 일도 설레기엔 충분하다. 내가 못 이룬 것은 나의 부족함이지만 여행을 끝내 이어갈 것이다. 나에게 주어질 내일은 없을 것이다. 내일의 태양은 내 것이 아닐지라도 나는 이곳에 바람으로라도 머물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

 

오랜 시간이 흐른 후

- 국경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유키구니雪國의 첫 장면이다. 마구 쏟아놓는 폭설이었다. 니가타新潟를 생각했지만 아오모리靑森행 신칸센은 벌써 모리오카森岡를 지나고 있었다. 아키타秋田행 열차가 눈 속으로 멀어져 갔다. 아키타, 어머니의 소녀시절이 잠든 곳이다. 설원을 담아보려 눈에 힘을 주었다. 꼭 한 번은 함께 가고 싶었는데... 시야가 흐릿해졌다.

- 그 사람은 아키타에 잠시 살았습니다.

- ? 누구 말입니까?

-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내 운명 속의 한 사람!

어머니의 영상을 깨뜨린 사람은 아사카와 다쿠미였다. 그는 설국을 지나 어둠으로 떨어지는 절벽처럼 아득했다. 사람에게 따뜻했고 조선에 뜨거웠던 사람, 빚을 졌다는 생각이 파고들었다. 터널을 벗어나 그에게 가기로 했다.

야마나시山梨 다카네조高根町, 다쿠미가 자란 곳이다. 생가는 커녕 그의 무덤조차도 없지만 아사카와 형제기념관이 있었다. 조선 반닫이와 소반, 달항아리가 있었고, 바지저고리를 입은 사람들이 모형으로 맞아주었다.

1931년 초, 2개월 동안 조선 전국을 돌면서 묘목을 길러내는 방법을 강연하던 일본인 산림기수 아사카와 다쿠미는 과로로 쓰러졌다. 그 길로 마흔이라는 나이에 갔다. 왜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났을까? 왜 망우리 공동묘지에 낯선 이름으로 잠들어 있을까?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가 눈을 감지 못할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프게도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묻힐 수는 없다. 기억으로 엮어 다쿠미 선생에게 드린다.

85주기에 박봉

 

목 차 -

 

글을 쓰기 전에 · 8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조선땅에 묻어 주세요 · 12

내 삶의 마지막 날 풍경 · 12

흙으로 돌아가다 · 17

 

01 다쿠미, 영혼으로 만남 - 하나 · 23

조선을 만나다· 27

이 땅에서 산다는 것은 · 39

 

02 다쿠미, 영혼으로 만남 - · 47

조선옷으로 갈아입다 · 51

풍경이 다를 뿐, 같은 길 · 59

조선옷, 그 따뜻함과 무거움 · 67

 

03. 다쿠미, 영혼으로 만남 - · 75

한 점 백자 항아리에 빠지다 · 79

청자의 운명을 만나다 · 88

무덤 속을 좇는 사람들 · 99

 

04 다쿠미, 영혼으로 만남 - · 113

믿음이 간절한 시절 · 117

진정 돌아가야 할 것은 · 123

임업시험장의 빛과 어둠 · 129

! 저 산에 봄은 왔건만 · 135

 

05. 다쿠미, 영혼으로 만남 - 다섯 · 143

피지 못한 꽃, 아내 미쓰에 · 147

광화문은 어디로 가는가 · 157

천사 인형 · 168

 

06 다쿠미, 영혼으로 만남 - 여섯 · 175

재앙은 또 다른 비극을 부르고 · 179

조 선 분원의 최후 · 187

선술집의 대화 · 197

청자, 그들에게 빛을 · 206

 

07. 다쿠미, 영혼으로 만남 - 일곱 · 213

그 사발장수처럼 · 217

도미모토 겐키치와의 외출 · 224

조선의 명품 하나, 소반 · 233

도자기, 이름이라도 남길 일 · 241

 

08 다쿠미와 마지막 대화 · 249

희망을 빚다 · 253

최초의 민간 박물관, 조선민족미술관이 서다 · 259

다시 마지막 날의 풍경 · 275

쓰고 나서 · 279

 

저자 소개 -

 

박봉

오래 되었다고 한다. 일본사람인 아사카와 다쿠미라는 사람을 쓰겠다고 맘을 먹은 지가 십년 쯤. 모르고 살아도 상관없고, 모르는 것이야 셀 수도 없겠지만 대상이 인류의 걸작인 우리문화라면 간단치 않다. 모르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지만 부끄러울 때가 있다. 필자는 그걸 다쿠미로부터 깨달았다고 한다. 둘 사이의 면죄부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낸 십년이라 했다.

그러는 사이 별난 인간을 만났다. 기타오지 로산진이다. 요리의 반은 그릇이라는 기치로 일본 요리혁명을 일으킨 인물이다. 저서 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요리의 길을 묻다 로산진(진명출판사), 로산진 평전(아우라)은 그렇게 나왔다.

지금, 음식칼럼을 쓰기도 하며 통도사 자락 시골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살고 있다. 함양에서 자라 거창고와 경북대 국문과를 나왔다.

 

e-mail : sogo92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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